달린 푸른빛의 땡감이노르스름해지면
대추나무 가지에 달린 대추에 붉은빛이 감돌고, 감나무에 달린 푸른빛의 땡감이노르스름해지면 가을은 온다.
손에 잡힐 것처럼 여름 하늘을 빠르게 지나던 구름들이 저만치 손에 닿지 않는 높이로 올라갔을 때 가을은 온다.
다른 감들이 여전히 짙푸른 9월 중순이면 사곡시는 배꼽부터노르스름익어갑니다.
전신이 노랗게 익은 그것들을 미지근한 물로 담그면 추석과 가을운동회에 더없는 생광이었지요.
한때 궁중 진상품으로 지정되어 있었답니다.
그런 연유인지 몰라도 유독 지명을 딴 품종 이름이었습니다.
우리말은 ‘노리끼리’, ‘누리끼리’, ‘노르스름’, ‘누르스름’, ‘샛노란’, ‘누런’ 등 마음의 감정을 싣는 다양한 색표현이 가능하다.
상황에 따르는 색깔의 섬세한 차이의 구분이 어려운 문화는 ‘병아리색’, ‘유채꽃색’ 등 정형화된 피사체를 활용해 소통한다.
사실 이 정형으로 규정된 색은.
"구경하고 가세요!" 상인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지고,노르스름맛깔스럽게 부쳐지는 전 냄새가 고소하게 풍긴다.
바퀴 달린 장바구니를 끄는 어르신들과 인파에 놓칠 새라 서로 팔짱 끼고 걷는 모녀 등 수많은 시민들이 뒤섞여 시장 거리를 가득 메우니 시민들의 입에선 "다닐 수가 없네…" 하는 푸념이.
산천의 초목들이 벌써노르스름아름다운 색을 입기 시작하고 선선하게 부는 바람이 더는 끈적하지 않은 머릿결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여의도 강변에선 연인들이 어깨를 붙이고 앉아 무명 가수의 노래를 듣고 있다.
그런데 증시에서만큼 9월은 반가운 계절이 아니다.
이민표 / 상인 "(게)껍질이노르스름하거든요.
그걸 '오염된데서 잡은거 아니냐' '그런게 아니라 얘는 탈피를 안한 게이기 때문에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상인들은 매출 급감을 우려했지만 지난 주말은 오히려 손님이 늘었습니다.
신동민 / 상인 "평상시에 잘 안나오시던 단골 분들이 많이 나왔고, 20대 젊은.
풋내나던 어린놈들은 땡볕아래 한나절이면 볼그스레,노르스름제법 먹을만하게 익어있곤 했다.
학교 다녀온 후 맛보는 달콤한 선물.
할아버지 마실방 쫓아다니는 맏손녀 특권인양 입에 달고 살았던 20원짜리 라면땅, 먹다 남은 막걸리로 반죽한 밀가루에 호박잎 깔고 강낭콩 흩뿌려 만든 할머니표 술빵.
어느새 파릇파릇 물오르고 꽃내음 가득한 봄기운이 차오른다.
‘노릇노릇’ ‘노리끼리’ ‘노르스름’에서처럼 우리말이 담아내는 색상의 인지는 다른 어떤 언어에서보다 섬세하고 풍부하다.
여기에 굳이 좋고 나쁜 의미까지 엮을 이유는 없지 않을까.
최명원 성균관대 독문과 교수.
저만치 뒤쪽에는노르스름먹음직스러운 옥수수 식빵도 있고, 너무 구워서 까매진 흑미 식빵도 있다.
아무튼 바람도 차고 날씨도 쌀쌀하니 식빵 굽기 딱 좋은 계절이다.
뜬금없이 식빵 타령을 하니 좀 의아스러울지 모르겠다.
흔히 고양이가 앞발을 가슴에 묻은 채 바닥에 납작한 모양으로 앉아 있는 자세를 ‘식빵.
이 과정을 거쳐야노르스름잘 익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네, 열심히 해요" <중년 여성 손님> "맛있긴 맛있네요" <외국인 손님> "저는 싱가포르에서 왔고, 아들은 호주에서 왔어요.
감사해요" <프랑스 손님> "저는 프랑스에서 왔어요.
(팥으로 드릴까요?) 아뇨아뇨, 슈크림으로 주세요" <현장음> "프랑스에는 붕어빵.


